지니히어링 글 모음 / 청각·보청기 이야기

보청기를 착용하신 아버님의 반응에 딸(따님)이 오열하신 사연

2020년 여름 정도로 기억이 난다. (확인하려면 고객자료를 확인하면 되지만, 갑자기 성함이 기억이 안난다) 더운 여름이었고, 개략 휴가철이었을 듯 하다. 여느 매장들이 그렇듯 일부 여름 특수를 격는 매장을 제외하고는 휴가철이면 매우 한산해진다. 여느 더운 여름에 에어…
안덕진 원장 · 원문 작성일 2022. 4. 1. · 네이버 원문 보기

2020년 여름 정도로 기억이 난다. (확인하려면 고객자료를 확인하면 되지만, 갑자기 성함이 기억이 안난다)

더운 여름이었고, 개략 휴가철이었을 듯 하다.
여느 매장들이 그렇듯 일부 여름 특수를 격는 매장을 제외하고는 휴가철이면 매우 한산해진다.

여느 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빵빵하게 키워놓고 매장에 앉아 나름 편안함을 느끼며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는데, 70대 후반 정도의 어르신과 40대 중후반 정도의 따님이 보청기 상담을 위해 들어오셨다.

따님은 아주 짜증나는 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시는 것과 대조적으로 매우 쾌활한 분이셨다.
목소리도 크셨고, 풍채도 매우 좋으셨다. 인상도 워낙 웃는 상이라 나까지도 기분이 매우 좋아질 정도였다.
집에 난청자가 한 분 있으시면 가족분들이 모두 목소리가 커지기 마련인데, 같이 오신 따님도 목소리가 아주 우렁찼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쁠정도는 아니였고, 좀 자신감에 차 있는 목소리 정도 느낌이었다.

그에 비해 아버님은 너무 조용하시고, 풍채도 왜소하시고, 표정도 없으시고, 말수도 없으신 아주 젊잖은 분이셨다.

상담을 받으실 때에도 거의 따님 위주로 상담이 진행되었다.
아버님은 몇몇 질문에 간단히 '네, 아니오, 뭐 그렇지, 별로~~~' 등 단답형으로 무표정으로 대답을 하셨고,
따님은 '아 근데요~~ 정말 우리 아빠가 말수가 없으셔서 죽겠어요. 사람이 말도 없고~~ 표정도 없고~~ 반응도 업고~~ 이게 안들리셔서 말수가 없는건지. 성격이 그러신거지 정말 모르겠네요. 그리고………………..' 끝없이 쾌활하게 말씀을 하셨다.

보통 우리 센터에서는 청력검사를 진행한 후 실제 작동되는 보청기(Working Sample)를 착용해보고
보청기가 어느정도 효과가 나오는 지 확인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아버님 같은 경우 목소리를 좀 크게 해야 대화가 되실 정도의 중고도 청력이셨기 때문에 따님을 포함한 가족분들의 목소리가 우렁찬 것이 이해가 되었다.

보통 보청기를 착용한 후 체크사항 중 목소리 크기를 상,중,하로 나누에 충분히 들을 수 있는지 여부를 보청기를 작동했을 때와 껐을 때를 비교해서 확인한다. 아버님 같은 경우 보청기를 착용하시면 작게 이야기하는 목소리(속삭이는 목소리보다 조금 큰)도 들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1차적으로 내가 확인을 한다.

나 : "(작은 목소리로) 아버님 지금은 보청기 착용하고 대화하는 건데요, 제 목소리 들리시나요?"
아버님 : "응~~ 작게 들리는데, 크게는 안들려"
나 : "(작은 목소리로)아버님, 이 목소리 크기가 원래는 잘 못들으셨던 크기인데, 보청기를 착용해서 들리시는 거구요. 제가 작게 이야기 하는 거기 때문에 작게 들리시는게 맞는 거예요."라고 말씀드려 따님께 효과를 확인시켜 드린 후 따님께 바턴을 보낸다. 따님은 옆에서 아빠를 상대로 들리는지 안들리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호기심에 안달이 나 있는 모습니다.

나 : 작게 한 번 아무 말씀이나 해보세요.
따님 : (큰 목소리로 빠르게~) 아빠 들려? 안들려?
아버님 : (귀찮게)들려~
나 : 작게 말씀하셔야 효과 체크가 되요. 크게 이야기 하시면 의미가 없으니까 최대한 작게 이야기 해보세요.
따님 : 아~~ 제가 아빠 때문에 목소리가 큰게 습관이 되나서요.. ㅎㅎㅎㅎㅎㅎ 자 다시 해볼께요.
따님 : (작은 목소리로 천천히~) 아빠~~ 들려~~? 잘들려~~~?
아버님 : (약간 귀찮듯이)아 들린다고

따님은 뭔가 아이들에게 숫자 세는 것을을 처음 알려줬을 때 잘 따라하는 것이 신기한 느낌으로 계속 말한다.
따님 : (장난스럽게)ㅎㅎㅎㅎ 잘 듣네~~~ 아 근데~~ 아빠~~ 사랑해~~ ㅎㅎㅎㅎ

근데 아버님이 고개를 살짝 돌리시면서 살짝 미소를 지으시고 역시 무뚝뚝하게 대답하셨다.
아버님 : 응~ 그려~ 나도

순간 갑자기 따님이 울먹하시더니 밖으로 나가버리셨다. 아버님은 '뭐야~ 잰~~ 왜 저런데'라고 무뚝뚝하게 말씀없이 앉아 계셨다.

따님없이 약 2분정도 아버님과 착용효과 체크를 진행하고 있으니 따님이 다시 들어오셨다.
눈이 좀 빨개 지셨지만, 이전과 같은 쾌활함은 다시 돌아왔다.

상담을 잘 마무리하고 따님께 무슨 일때문에 나가셨는지 여쭤보니 따님이 대답하셨다.
따님 : 아빠랑 살면서 사실 난청도 있으시고 말도 잘 못알아 들으셔서 항상 아빠한테 크게 말하게 되고, 크게 소리를 치다 보니 말이 이쁘게 잘 안나오더라구요. 그 동안 장난삼아 몇 번 애정표현을 해 봐도 아빠가 답변을 하신적이 없는데, 좀 작게 말하니까 이쁘게 느껴지셨나봐요~~~ 오늘 처음으로 대답을 하셔서 좀 울컥했어요..^^"

나가시며 왜소하신 아빠 팔장을 끼고 나가는 덩치큰 따님을 보며,
저도 조금 울컥했네요..^^